키다리아저씨,
2023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Jon Fosse)의 소설 『아침 그리고 저녁』을 읽었어요,
이 소설은 “아침”과 “저녁” 두 부분으로 되어 있어요,
주인공 요한네스의 탄생과 죽음을 잔잔하게 담아내고 있어요.
‘아침’에는 바닷가 작은 집에서 갓 태어난 요한네스가 숨을 처음 들이마시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그 순간 막 구운 빵 냄새처럼 따뜻하고 향긋한 공기가 가슴 속으로 밀려오는 것 같았어요.
‘저녁’에는 늙은 요한네스가 배 위에서 자신이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깨달아요,
그런데 놀랍게도 그 깨달음이 무섭지 않아요,
마치 집으로 돌아가는 길처럼 잔잔했어요.
작가 욘 포세는 이 소설에서 마침표를 거의 쓰지 않아서 그런지
문장이 바닷물처럼 밀려왔다가 물러가는 것 같아요,
읽다 보면 내가 숨을 쉬는지조차 잊고 파도와 함께 떠다니는 기분이 들어요.
키다리 아저씨,
이 책을 읽고 저녁노을을 보니 노을 속에 아침 햇살이 숨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삶과 죽음이 내 옆에서 함께 걷고 있다는 걸 다시 느꼈답니다.
장미 향기를 맡을 때 그 사랑스러움을 느껴보고,
사람을 만날 때 말끝에 미소를 조금 더 얹어보려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