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2 삐삐 치신 분!! 카운터에 전화 왔습니다!!"
주점에서 주인이 외치던 말이 들렸다. 허리춤에 삐삐라는 것을 멋스럽게 차고 다닌 시절이 있었다, 신기하게도 삐삐 호출을 하면, 금방 호출은 받은 사람이 연락이 오던 시절이 있었다. 삐삐가, 핸드폰으로 바뀌고, 스마트폰으로 바뀌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에 이 모든 변화를 겪었다.시대가 바뀌면 사람들의 삶이 바뀌고, 삶이 바뀌면 문학도 변한다. 문학은 언제나 그 시대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소통하는 방식을 담아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어울리는 시는 어떤 모습일까. 나는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 ‘디카시’이다.
우리는 지금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스마트폰부터 확인하고,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고,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고, 영상을 보고,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이제 스마트폰은 단순한 전화기가 아니다. 카메라이며, 책이며, 신문이며, TV이고, 때로는 출판사이기도 하다.
책의 세계도 크게 달라졌다. 과거에는 작가가 원고를 쓰고 출판사가 많은 부수의 책을 인쇄해 서점에 공급해야 독자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전자책을 통해 종이책 없이도 독자를 만날 수 있다.
출판 방식만 달라진 것이 아니다. 우리가 세상을 읽는 방식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문자가 중심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이미지와 영상이 문자와 함께 하나의 언어가 되었다. 우리는 아름다운 노을을 보면 긴 설명을 하기 전에 사진부터 찍는다. 길을 걷다가 마음을 움직이는 장면을 만나도 스마트폰을 꺼낸다. 그리고 그 사진에 짧은 글을 붙여 다른 사람과 공유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디카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디카시는 디지털카메라나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고, 그 순간의 시적 감흥을 짧은 문자와 함께 표현하는 문학이다. 디카시에서는 사진이 시 위에 붙은 장식물이 아니다. 또한 시가 사진을 설명하는 설명문이 아니다. 사진과 문자가 유기적으로 만나서 서로 긴밀하게 엮이면서 하나로 융합된 맛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디카시는 단순히 ‘사진에 시를 붙인 것’이 아니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언어 환경에서 태어난 문학적 표현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디카시연구소 역시 문자·활자매체에서 영상·전자매체로 문화의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으며, 영상과 문자가 융합된 언어가 디지털 환경의 보편적인 일상 언어가 되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 속에서 시의 몸 자체를 문자예술에서 ‘멀티 언어 예술’로 확장하려는 대표적 사례로 디카시를 들고 있다.
디카시의 강점은 ‘현장성’에도 있다. 시상이 떠오른 순간 사진을 찍고, 그 자리에서 몇 줄의 시를 쓸 수 있다. 책상 앞에 앉아 원고지를 펼쳐야만 시를 쓰는 것이 아니다. 컴퓨터를 키고 자판을 밤새 두드려서 겨우 몇 페이지를 쓰는 소설처럼 긴 시간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산책길에서도, 여행지에서도, 출근길에서도 디카시를 창작할 수 있다. 스마트폰 하나면 창작의 도구가 준비된다. 그래서 디카시는 일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바꾼다. 그냥 지나치던 풀잎 하나, 골목길의 낡은 의자 하나도 자세히 바라보면 한 편의 시가 된다.
디카시의 특징 중 더 중요한 것은 실시간 공유와 소통이다. 디카시는 스마트폰으로 SNS와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독자를 만날 수 있다. 지금 내가 창작한 디카시가 전 세계에 바로 전해질 수도 있다. 그러기 때문에 디카시가 문학을 넘어 관광을 활성화 하는 문화콘텐츠로까지 활용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디카시를 쓴다.
요즈음 남들이 많이 해서, 유행하기 때문에 잠깐 따라해보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사진 찍기가 쉬워졌기 때문만도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언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인쇄매체의 시대가 문자 중심의 문학을 꽃피웠다면, 스마트폰과 디지털 플랫폼의 시대에는 이미지와 문자가 함께 말하는 새로운 문학이 필요하다. 디카시는 그 급변하는 변화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서 태어난 시다.
스마트폰을 꺼내 세상을 바라보자. 그리고 마음이 멈추는 순간 한 장을 찍어보자. 그 순간을 바라보다가, 그 장면이 내게 건네는 말을 몇 줄의 언어로 붙잡아보자.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언어. 언어로만으로 부족했던 나의 디지털 언어를 배우고 써보자. 이제 우리는 그림일기를 쓰지 말고, 사진일기를 써보자. 사진일기를 조금 다듬어 보면, 오늘을 소중히 간직할 디카시가 만들어질 것이다. 그리고 매일의 삶이 작품으로 남는 멋진 순간들을 경험 하게 될 것이다.
그래, 디카시를 쓰기 시작하면, 순간을 즐기고, 영원히 담아 서로에게 공유하는 평범했던 일상이 작품이 되는 재미있는 세상으로 바뀔 것이다. “카르페 디엠” 이 순간을 더욱 즐기기 위해서 이 시대의 언어로 우리는 디카시를 쓴다.
최병준 디카시강사 칼럼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