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은 아이들에게 무엇을 남기는가
딸이 다니는 초등학교는
백 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전통 깊은 학교다.
매년 이맘때면 동창회가 열린다.
주변 동네가 떠들썩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모인다.
어떤 해에는 축제라는 이름으로
일반인에게도 공개하고,
어떤 해에는 동문들만의 행사로 진행한다.
올해도 어제 일요일,
어김없이 동창회가 열렸다.
마침 딸의 보충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평소와는 다른 학교 분위기가 조금 걱정스러웠지만,
딸과 함께 학교에 갔다.
그런데 현장에서 마주한 모습이
썩 유쾌하지 않았다.
운동장 주변 도로에는 차량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입구 곳곳에는 술병과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었다.
길가에 누워 있는 사람들도 보였다.
무엇보다 불편했던 건
중간중간 담배를 피우는 어른들의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선배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어른이 된다는 것이
저런 모습이라고 받아들이지는 않을까.
동문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어른들은
자신들이 후배들의 공간을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을까.

나는 평소 동창회를 즐기는 편이 아니다.
굳이 학연에 얽매여 지난 시절을 되돌아볼 만큼
그리운 기억이 많은 것도 아니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더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렇다고 동창회 자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오랜 친구를 만나 추억을 나누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일은 충분히 의미 있다.
다만 어떤 모임이든
그 자리에 어울리는 책임과 품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초등학교라는 공간은 다르다.
어른들에게는 추억이 깃든 장소일지 몰라도,
아이들에게는 지금 배우고 성장하는
삶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날 학교를 오간 아이들에게는
전혀 다른 기억으로 남을 수도 있다.
아이들에게 좋은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는 일은
거창한 교육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술자리를 마친 뒤 주변을 정리하는 것.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것.
공공장소에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예의를 실천하는 것.
어쩌면 그런 사소한 행동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
말로는 바르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면서,
정작 행동으로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는 않은가.
아이들은 어른들의 말을 듣지만,
결국 어른들의 모습을 기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