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려고 할 때
첫 문장부터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무엇으로 시작할지,
어떤 순서로 이야기를 풀어갈지,
마지막은 어떻게 맺을지.
생각하다 보면
정작 글을 쓰는 일은 뒤로 밀린다.
서론을 잘 써야 한다는 부담 때문이다.
독자의 관심을 끌어야 하고,
자연스럽게 본론으로 이어져야 하며,
글 전체의 방향까지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첫 문장 하나를 붙잡고
한참을 고민한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앤 카슨은
글쓰기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무엇을 쓰든 중간에서 시작하라.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은
터무니없을 만큼 두려운 일이다.끝은 그곳에 도달하면 알게 될 것이다.
이 말은 글쓰기의 순서를
바꿔 생각하게 한다.
반드시 처음부터 써야 한다는 규칙은 없다.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부터 써도 되고,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부터 시작해도 된다.
지금 떠오르는 생각을
먼저 적어도 괜찮다.
글을 쓰다 보면
처음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앞에 어떤 설명이 필요한지 알게 되고,
뒤에 어떤 말을 덧붙여야 할지도 보인다.
쓰기 전에는 막막했던 글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난다.
나 역시 글을 쓰면서
처음 계획했던 방향과 다른 결론에
도달할 때가 있다.
처음에는 어떤 생각을 전하고 싶었지만,
경험을 되짚고 문장을 고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기도 한다.
글쓰기는 생각을 정리하는 일이면서
동시에 생각을 발견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니 서론을 쓰지 못했다고
글쓰기를 멈출 필요는 없다.
본론부터 써도 되고,
결론부터 적어도 된다.
글의 순서는 나중에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쓰려는 마음이
오히려 글쓰기를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처음부터 잘 쓰려고 애쓰기보다
일단 끝까지 써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완성되지 않은 문장이라도 적어두고,
어설픈 생각이라도 풀어내다 보면
고칠 것과 남길 것이 보인다.
첫 문장을 고민하느라
멈춰 있지 말자.
지금 가장 쓰고 싶은 문장부터 써보자.
시작은 나중에 다듬어도 늦지 않다.
글은 처음부터 완벽하게 쓰는 사람이 아니라,
끝까지 써보고 다시 고치는 사람의 손에서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