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소가 없는 장례, 애도는 어디에서 할까요?
요즘 ‘무빈소 장례’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접합니다.
무빈소 장례는 조문객을 받는 빈소를 마련하지 않고 가족 중심으로 고인을 입관, 발인, 화장 등의 절차를 진행하는 장례 방식입니다. 그래서 가족장이라고 하면 어떨까 하고 제안해 봅니다.
무빈소 장례는 비용과 접객 부담을 줄일 수 있고, 가족끼리 조용히 고인에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빈소 장례를 생각하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무빈소 장례는 ‘애도’의 관점에서 생각해볼 요소가 있다고 봅니다.
애도 자리
죽음 의례(ritual)의 중요성
사회적 관계(고인과 관계 맺었던 사람들의 기억과 이야기 속에 남아있는 상실의 애도)
먼저, 애도 자리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빈소가 없다면 우리는 어디에서 슬퍼하고, 어디에서 고인을 기억할까요?”
꼭 장례식장이어야 할까요?
생각해보면 애도의 자리는 새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입관 전 고인 곁에 가족이 둘러앉아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도 있습니다.
고인이 좋아했던 음악을 함께 들을 수도 있습니다.
한 사람씩 고인과의 기억을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편지를 써서 읽거나 꽃 한 송이를 놓을 수도 있습니다.
장례가 끝난 뒤에는 집에서 가족끼리 작은 추모 모임을 가질 수도 있고, 고인이 좋아했던 장소를 찾아가거나 기일에 함께 식사하며 그 사람의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애도의 자리는 꼭 ‘어디’라는 장소만을 뜻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죽음을 함께 인정하고, 그 사람의 이름을 부르고, 기억을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와 시간이 마련되는 곳. 그곳이 애도의 자리가 될 수 있습니다.
죽음교육 연구에서도 죽음을 한 개인의 소멸로만 보지 않습니다. 사람은 죽은 뒤에도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과 이야기 속에 남으며, 죽음을 이해할 때도 상실 이후의 응답, 기억, 관계, 애도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무빈소 장례에서 중요한 질문은 어쩌면
“빈소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우리에게 충분히 작별할 자리가 있었느냐”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장례의 형식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비용도 줄일 수 있습니다.
조문 방식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인의 이름을 부르는 시간,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시간,
함께했던 삶을 이야기하는 시간,
남은 사람들이 서로의 슬픔을 알아주는 시간까지 없어질 필요는 없겠지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해 봅니다.
빈소는 없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애도할 자리는 우리가 다시 만들 수 있습니다.
빈소 없는 장례를 선택했을 때
‘작별의 자리’ 를 어떻게 남겨두고 싶으신가요?
다음에는 죽음 의례(ritual)의 중요성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