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친절을 베푼 사람
안녕하세요. 고운가루입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7장까지 이어지는 짧은 소설입니다.
오늘은 그중 5장부터 마지막 7장까지 이야기입니다.
수녀원에서 이상한 장면을 본 뒤, 빌 펄롱은 다시 자기 일상으로 돌아옵니다.
석탄을 배달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아내와 딸들이 있는 가정 안으로 들어갑니다.
겉으로 보면 아무 일도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크리스마스는 가까워오고, 마을은 여전히 분주하고, 사람들은 자기 삶을 살아갑니다.
그런데 펄롱의 마음은 예전 같지 않습니다.
그가 본 것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수녀원 안에서 보았던 지치고 초라한 소녀들, 도움을 청하던 눈빛, 잠긴 문과 높은 담이 자꾸 마음에 남습니다.
그는 생각합니다. 내가 본 것을 그냥 못 본 척해도 되는 걸까.
이때 펄롱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다시 떠올립니다.
미혼모였던 어머니와 자신이 윌슨 부인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어쩌면 어머니도, 자신도, 저 수녀원 안의 여성들처럼 되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스칩니다.
그래서 펄롱에게 그 소녀들의 일은 남의 일이 아닙니다.
아주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라, 조금만 달랐다면 자기 삶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펄롱에게는 아내와 다섯 딸이 있습니다.
장사도 해야 합니다. 수녀원은 마을에서 힘 있는 기관이고, 사람들은 그곳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않습니다.
아내 에일린도 그 일에 관여하지 말라고 합니다. 가족을 생각하면 조용히 있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말입니다.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래서 펄롱은 더 흔들립니다.
가족을 지켜야 하는 가장의 마음과, 고통받는 사람을 외면할 수 없는 양심이 펄롱 안에서 부딪힙니다.
이 소설이 조용한데도 아픈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펄롱이 특별히 강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우리처럼 걱정하고 망설이고 두려워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크리스마스이브가 가까워지고, 펄롱은 다시 수녀원으로 갑니다.
그곳에는 갈 곳이 없거나, 가족에게서 떨어졌거나, 세상의 보호를 받지 못한 어린 여성들이 있었습니다.
겉으로는 수녀원이 그들을 돌보는 곳처럼 보였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면 그곳은 따뜻한 쉼터라기보다 높은 담과 잠긴 문으로 둘러싸인 곳이었습니다.
세라도 그 안에 있던 소녀였습니다.
아직 어린 나이에 추위와 두려움 속에 놓여 있던 아이,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아이입니다.
펄롱은 석탄 창고 안에 갇혀 있던 세라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냥 돌아서지 않습니다.
그는 세라를 데리고 수녀원을 나옵니다.
이것은 큰 연설도 아니고, 세상을 향한 선언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 마을에서는 아주 위험한 선택입니다.
수녀원의 권위에 맞서는 일이기도 하고, 자기 가족의 안전과 생계까지 흔들릴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펄롱은 걷습니다.
세라를 데리고 자기 집을 향해 갑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아내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모릅니다.
마을 사람들이 어떤 눈으로 볼지도 모릅니다.
장사에 어떤 일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도 그는 갑니다.
이 마지막 장면이 오래 남습니다.
펄롱이 세상을 다 바꾸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한 소녀를 데리고 나오는 그 작은 행동 하나가,
침묵하던 마을 안에서 아주 작은 균열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며 제목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
사소한 친절, 사소한 눈길, 사소한 멈춤.
어쩌면 한 사람의 삶은 그런 작은 것들 때문에 무너지기도 하고, 그런 작은 것들 때문에 다시 살아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펄롱은 대단한 영웅이 아니라, 보아버린 사람입니다.
그리고 작은 친절이라는 용기를 선택하고 실행한 사람입니다.
이 책은 저에게 조용히 묻습니다.
나는 누군가의 고통을 보았을 때,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