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버십을 처음 시작할 때는 기대보다 걱정이 더 컸습니다.
커피를 만들고 보내드리는 일은 해오던 일이지만,
멤버십이라는 이름으로 티백 형태의 커피를 만들어 한 달을 함께한다는 것은 긴 고민의 시간과 조금 다른 마음이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단순히 원두나 드립백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조금 더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티백 형태의 커피를 준비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멤버십을 준비하며 가장 긴 시간을 보낸 곳은 로스터기 앞이었습니다.
같은 생두를 로스팅 포인트와 시간을 달리해 여러 번 볶아보았고,
볶아진 원두는 분쇄도를 달리하며 티백에 담아 맛을 확인했습니다.
뜨거울 때의 향, 시간이 지나며 느껴지는 맛,
티백으로 우려냈을 때의 바디감과 여운까지 하나씩 체크하며 이 커피가 멤버분들의 일상 안에서 어떻게 느껴질지를 생각했습니다.
월간베씨 멤버십은 데일리커피, 취향커피, 베씨픽으로 구성했습니다.
매일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커피,
각자의 취향에 맞춰 고른 커피,
그리고 제가 소개해드리고 싶은 특별한 커피.
이 세 가지를 준비하기 위해 취향 설문지를 만들고,
멤버십에 참여해주신 분들의 답변을 하나씩 살펴보며 각자에게 어울릴 생두를 고르고, 로스팅하고, 티백으로 만들어 향미를 확인했습니다.
이번 달에는 어떤 커피를 소개하면 좋을지,
이 커피를 어떤 말로 설명하면 좋을지,
멤버분들이 이 커피를 어느 시간에 마시게 될지까지 생각하며 짧지 않은 시간을 고민하며 준비했습니다.
첫 달을 운영하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멤버십은 상품을 판매하는 구조가 아닌,
내가 가진 것을 어떻게 전하고,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지속 가능한 지점을 찾는 일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아침을 여는 커피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일과를 마친 뒤 잠시 쉬어가는 커피가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내 취향을 고민해주는 사람이 정성을 담아 건네준 커피에 힘을 얻었으면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멤버분들이 남겨주신 반응과 이야기가 제게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이 커피는 이런 느낌이었어요.” , "제 취향에 맞아요." , “부드러워요.”, "마시기 편했어요.”
이런 짧은 말들이 멤버십을 준비하며 혼자 고민하며 보냈던 시간에 큰 응원이 되었습니다.
이번 멤버십을 통해 커피와 사람에 대해 다시 느낀 것이 있습니다.
좋은 커피는 혼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마시는 사람의 시간 안에 어떻게 전해지고,
커피에 담겨진 향미를 통해 전해져야 완성된다는 점입니다.
제가 고르고, 볶고, 설명해서 보내드린 커피가
각자의 일상 속에서 다르게 받아들여지고,
그 경험이 다시 이야기로 돌아오는 과정이 참 따뜻했습니다.
처음이라 서툰 부분도 있었고, 더 잘 준비하고 싶은 마음도 많았습니다.
포장 하나, 안내 문장 하나, 커피 설명 하나까지 생각보다 신경 쓸 것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멤버분들과 조금 더 깊이 연결되고 있다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이번 첫 달은 저에게도 실험이자 배움의 시간이었습니다.
내가 가진 커피 경험과 지식을 어떻게 하면 더 쉽고 다정하게 전할 수 있을지,
멤버분들이 부담 없이 자신의 취향을 발견할 수 있도록 어떤 방식으로 안내하면 좋을지 계속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큐리어스에서 멤버십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아마 이런 방식의 연결은 쉽게 시도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한 번의 수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커피를 매개로 한 달 동안 천천히 이어지는 관계를 경험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앞으로의 멤버십은 더 잘 다듬어가고 싶습니다.
커피를 보내는 일을 넘어,
각자의 취향을 발견하고,
일상 속에서 커피를 조금 더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되도록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첫 달을 함께해주신 멤버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저 역시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커피는 결국 맛이기도 하지만, 그 맛을 함께 나누는 사람과 시간의 이야기라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