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못할 수도
맑은 눈을 떴다
이렇게 못할 수도 있었다
남편에게 아침 인사를 건넸다
“잘 잤어요?”
이렇게 못할 수도 있었다
호스피스 병실에서
따뜻한 물수건을 꼭 짜서
누군가의 마른 손과 발을 닦아주었다
이렇게 못할 수도 있었다
줌(zoom)에서 사람들과
상실과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눈물과 웃음을 함께 나누었다
이렇게 못할 수도 있었다
책상에서
볼비의 애착이론과
'나의 아저씨'사이를 오가며
늦은 밤까지 분석을 했다
이렇게 못할 수도 있었다
금 간 페이퍼 도자기 조각을
정성스레 금색 펜으로 메우며
“상처가 빛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못할 수도 있었다
하루 끝,
은은한 조명 아래
오늘 감사한 일들을 한 줄씩 썼다
이렇게 못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안다
언젠가는
그림책도, 목소리도,
따뜻한 물수건도 내려놓고
조용히 마지막 잠에 들게 되리라는 것을
그래서 오늘의 이 평범한 하루가
기적처럼 다정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