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가을인지 겨울인지 서성거립니다.
마음은 겨울로 가고 있네요.
겨울인가봐요
혼자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니까요.
정말 그럴 때가 /이어령
정말 그럴 때가 있을겁니다
어디 가나 벽이고 무인도이고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겁니다
누가 '괜찮니'라고 말을 걸어도
금세 울음이 터질 것 같은
노엽고 외로울 때가 있을 겁니다
내 신발 옆에 벗어놓았던 작은 신발들
내 편지 봉투에 적은 수신인들의 이름
내 귀에다 대고 속삭이던 말소리들은
지금 모두 다 어디 있는가.
아니 정말 그런 것들이 있기라도 했었는가
그럴 때에는 연필 한 자루 잘 깎아 글을 씁니다.
사소한 것들에 대하여
어제보다 조금 더 자란 손톱에 대하여
문득 발견한 묵은 흉터에 대하여
떨어진 단추에 대하여
빗방울에 대하여
정말 그럴 때가 있을 겁니다
어디 가나 벽이고 무인도이고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겁니다.
by <이어령의 말>